그림책2017.08.29 09:51


[내 토끼 어딨어? / 모 윌렘스 글 그림 /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07-29]

 

모 윌렘스(Mo Willems)의 동화는 무척 현대적이다. 배경, 그림, 내용에서 미국 어린이 TV 시리즈의 전설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다운 감각이 엿보인다. 모 윌렘스는 <코끼리와 꿀꿀이> 시리즈로 닥터 수스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꼬마 토끼> 시리즈와 <비둘기> 시리즈로 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현대 아동문학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내 토끼 어딨어?>도 모 윌렘스의 감각이 돋보인다. 현실의 뉴욕거리, 현실의 유치원, 현실의 집을 흑백의 실사로 보여주면서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색을 입힌 만화 캐릭터 풍의 인물들이 무척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배경은 현실적이고, 인물은 단순한 그림이라 그 대비가 오히려 리얼리티를 확보하면서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빠져든다.

 

        

 

주인공 트릭시의 토끼는 살아 있는 토끼가 아니라 인형이다. 트릭시에게 이 토끼인형은 매우 특별하다. 어느 날 트릭시는 친구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토끼인형을 자랑하기 위해 유치원에 데리고 간다. 친구들에게 토끼인형을 열심히 자랑하고 있는데 세상에! 소냐가 트릭시와 똑같은 토끼인형을 안고 나타난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순간 트릭시의 표정을 보며 트릭시에게 그대로 감정이입을 해버린다.

 

 

트릭시에게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물론 소냐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생긴 인형인데도 트릭시와 소냐는 자신의 토끼인형이 더 좋다고 싸우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본 선생님은 토끼인형을 빼앗아 손이 안 닿는 높은 곳에 올려둔다. 선생님이 토끼인형을 잡은 모습과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재밌다. 선생님의 눈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트릭시와 소냐에게는 이보다 더 큰일이 없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야 토끼인형을 돌려준다.

 

트릭시와 소냐는 토끼인형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토끼인형을 품에 안고 잠을 자던 트릭시는 새벽에 깜짝 놀라 일어난다. 품에 안고 있는 토끼인형이 자신의 토끼인형이 아니라는 걸 발견한 것이다. 트릭시의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 아빠는 새벽 2시에 소냐의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거실로 내려온다. 그때 트릭시네 집 전화벨이 울린다. 소냐도 토끼인형이 바뀐 걸 알고는 아빠를 깨워 전화를 걸게 한 것이다.

 

         

 

트릭시는 아빠의 손을 잡고 사랑하는 토끼인형을 되찾기 위해 달려간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두 아빠는 엄숙하게 토끼인형을 교환한다. 아빠와 아이들이 표정이 참 재밌다. 아빠들의 난처한 표정 뒤엔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 뒤엔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토끼인형을 되찾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함이 녹아 있다.

 

참 감동적인 장면이다. 그 새벽에 아무리 아이들이 난리를 치며 떼를 쓴다고 하더라도 토끼인형을 교환하기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달려 나갈 아빠들이 얼마나 있을까?

 

꽤 많은 아이들이 인형(담요, 베개 등)에 집착한다. 때가 꼬질꼬질하고 터진 곳이 있어도 아이에겐 그 인형이 무척 소중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 마음의 뿌리엔 불안이 있다. 아이들은 늘 두렵다. ‘나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일까?’ 등의 불안함이 아이들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형 등과 같은 대리물건에 집착한다. 아이에게 인형은 자신과 같은 약한 존재다. 아이는 생각한다. 내가 이 인형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소중히 여길 거라고 말이다.

 

또는 엄마가 부재중일 때 엄마를 대신하는 물건으로 삼기도 한다. 이때 아이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애착물을 내다 버리거나 숨겨두면 안 된다. 그러면 아이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이후 더 집착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은 오랫동안 정서적인 상처로 남게 될 수도 있다. 6세 이하의 집착 현상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너무 심하지 않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집착하는 아이들의 버릇은 대부분 만 1세부터 생기기 시작해서 만 3~4세쯤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고, 도중에 집착 대상이 바뀔 수도 있으며, 혹은 더 지속되기도 하는데 대개 만 6세가 지나면 사라진다.

 

<내 토끼 어딨어?>는 아이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하고 도닥여 주는 그림책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그림책은 시리즈물이다. 전작이 <꼬므 토끼 / 프뢰멜미디어()>이고 후작이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 / 살림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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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자별 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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